물론 여러분께 기후위기보다 더한 공포 시나리오는 없겠지만 최근에 본 공포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얼마 전, <미드소마>라는 영화를 추천 받았다. 공포영화라면 도망다니기 바쁜 사람인데도, 매사 회의적인 사고방식 탓인지 생각만큼 충격적이거나 인상적이지 않았고, 그 실망감을 달래기 위해 같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전작인 <유전 (2018)>을 감상했다.

유전은 말 그대로 가족이기 때문에 물려받아야만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파이몬이라는 악마가 한 가족 구성원들의 육체를 통해 ‘유전’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렇기에 영화는 가족이라는 유대의 양가성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의 시작은 직업이 미니어처 작가인 엄마 애니가 만든 방 모형을 비추어들어가며 현실 속 피터의 방으로 이어간다. 애니가 만든 여러 미니어처 공간은 구구절절 설명하고는 싶지 않은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거나 불길한 징조와 초자연적 힘의 근거로 활용된다.

재미있는 건 애니가 만든 다양한 모형들이 애니의 대사처럼 '객관'으로 언급되어지는 점인데, 이는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이 적극적으로 공포스러워하며 비명을 질러야할 순간에 숨 죽이고 멈추고 관찰하도록 요구하는 아리 애스터 감독의 불편한 주문과도 상통한다.

자본주의? 기후악당? 속도가 지배하는 사회? 기후위기 시대의 우리들이 무엇을 물려받았고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하는 뻔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분명 그것이 공포의 주요 요소임은 분명하겠지만 이 영화를 정말 공포스럽고 끔찍하게 느끼도록하는 것은 단순-축소로의 요구, 보는 이의 비명을 유예하도록 감상을 조종하는 보여주기 방식이다.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 국제 사회가 지구 온난화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목표치다. 하지만 지구의 기온 상승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향후 20년 이내에 1.5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기존 전망치보다 10년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 2021. 8. 9. 중앙일보 정지훈 기자 <지구 1.5도 상승, 20년 내 현실로…'온난화 마지노선' 뚫렸다>.

이런 뉴스들을 볼 때 공포를 느꼈었다. 때로 비명을 지르고 싶기도 했다. 마음껏 공포스러워할 수 있다면 조금 덜 무섭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유전을 보면서 했다. 비명이 있어야할 공간에 객관적인 모형들이 자리하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래서 오늘도 끼적끼적 쓴다. 비명도 공포도 유예하고 싶지 않아서.

어쨌건 영화 유전은 정말 재미있었다.


🐹햄스터의 무쓸모 질문🐹

"혹시 영화 유전을 보셨나요? 그리고 좋아하는 공포영화를 추천해주세요. 맘껏 비명을 지르고 싶은 날 보겠습니다."

코림 청기행

씨스피라시와 성장이라는 거짓말(https://www.youtube.com/watch?v=xlUNBdFQLK4&feature=youtu.be) 추천해요! 귀신이 없지만 공포스러운 다큐에요! Youth unstoppable과 I am Greta 도 추천해요! 이 현실을 다시 깨닫고, 또 다시 마음이 무너진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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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_

저는 프레이 어웨이라는 다큐멘터리랑 옥자 추천해요. 공포 영화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저에게는 가장 공포스러웠던 영화들이었어요. (혹시 무서운 것,,? 잘 보시는 편이라면 도미니언과 어스링스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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