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영국 언론 '가디언(the Guardian)'은 "가디언은 왜 환경에 관한 언어를 바꾸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는 이제 '변화'란 중립적 단어로 표현될 수 없는 위험 상황에 도달했으므로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 쓰는 것이 옳으며, 상대적으로 온건한 표현인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또한 사실상 지구가 펄펄 끓고 있으니 '지구 가열화(global heating)'이라 쓰는 게 맞는다는 요지였다. 이 기사를 접한 당시 기자 신분이었는데 단연코 '특종' 감이라고 생각했다 ― 데스크의 생각은 달랐지만. 어쨌든 작게나마 기사로 다룰 수 있게 됐다. 'climate crisis'는 이미 국내에서도 종종 쓰였던지라 '기후위기'로 옮기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한편 'global heating'은 도무지 어떻게 옮겨야 '온난화' 보다 격하면서도 너무 학술적이지 않게 느껴질지 몹시 고민됐다. 혼자 머리를 싸매다가 영어에 능통한 환경·생태 분야의 석학인 C 교수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랬더니 '지구 백열화'라는 제안이 돌아왔다. ‘백열(白熱)'은 '물체가 흰색에 가까운 빛을 낼 정도로 온도가 몹시 높은 상태’를 뜻한다. 갸우뚱했으나 별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C 교수의 제안을 담아 기사를 마무리했다. 그뒤로 2년이 지나 (예상대로) 지구 백열화라는 말은 전혀 쓰이지 않고, 그나마 '지구 가열화'란 말이 조금 쓰이는 듯한데 여전히 국내에선 '지구 온난화'가 대세인 것 같다. 그래도 '기후위기'가 '기후변화'를 밀어냈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성과인가 싶다. 기후변화와 기후위기란 말의 온도 차는 엄청나다. 단어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진다. 여성인권, 장애인권 옹호 운동에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언어 표현을 개선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최근엔 동물권 옹호 운동에서도 동물을 도구화하거나 폄훼하는 언어 표현을 바로 잡으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게 어류의 식용을 전제로 한 '물고기'란 표현 대신 '물살이'를 쓰자는 움직임이다. 동물해방물결은 지난 25일부터 빠띠 캠페인즈와 인스타그램에서 #물고기아니고물살이 캠페인을 시작했다. 부디 '기후위기'가 '기후변화'를 밀어낸 것처럼 '물살이'가 '물고기'를 밀어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가디언'이 그랬던 것처럼 국내 유력 매체가 "우리는 왜 물고기 대신 물살이라 하는가"라는 기사를 쓰는 날이 오면, 되게 신나겠다.
[캠페인] '물고기'란 말, 이상하지 않니?🤨🤔
'물고기'가 어때서?
…라고 갸우뚱하셨나요? 하지만 '물고기'란 단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실 거예요. '물고기'는 '물'과 '고기', 즉 '식용하는 온갖 동물의 살'이란 단어의 합성어입니다. 어류를 오직...
빠띠 캠페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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