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발효됐지만, 다중이용시설에 머무는 시간은 오히려 더 길어졌다. 에어컨 때문이다. 이 글도 서울숲 인근의 프랜차이즈형 공유 오피스 라운지에서 시원하다 못해 시려운 냉각 바람을 쐬며 쓰고 있다. 이곳 실내 온도는 대략 23도인데, 아마 지금쯤 내가 사는 방의 온도는 이것보다 최소 10도는 높을 것이다. 방에 들어가면 열린 창으로 웽웽웽웽 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이웃의 에어컨 실외기들이 돌아가는 소리다. 실외기에서 웽웽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열기도 창문을 넘어 방 안으로 들어오는 모양이다. 모기보다 더 무서운 게 있을 줄이야. 방 입구 쪽 벽에 붙은 보일러 계기판에 실내 온도가 표시되는데 지난주부터 계속 '35'와 '36' 사이를 끈질기게 오간다. 가끔 계기판에 '34'가 뜨면 소소하게 기쁘다. 물론 '34'가 떴다고 해서 땀이 덜 나거나 피부가 덜 끈적거리는 건 아니다. 그냥 심리적으로 왠지 무언가 개선된 것 같은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숫자는 이렇게 종종 간사하다. 그래서 요즘 일기예보를 안 본다. 확인해봤자 무섭기만(?) 하고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어떤 것들은 모르는 게 낫다. 에어컨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도 몰랐으면 좋았을까. 그랬다면 열심히 땀을 흘리는 대신 방 벽에 붙어있는 에어컨을 열심히 틀었을까.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이미 알아버렸으니, 됐다. 그런데 땀을 하도 흘려서 빨래와 샤워를 자주 해야 하는 건 좀 문제다. 물 사용량이 배로 늘었다. 진퇴양난이다. 살아있는 게 해악처럼 느껴진다. 어제 "더워서 죽을지언정 혼자 있는 방에서 에어컨을 틀지는 않겠다"고 내뱉고는 내심 놀랐는데, 아무래도 진심인 것 같다.

익명의햄스터

헝.. 요즘 너무 더워요. 살아있는 게 해악처럼 느껴진다는 말씀에도 정말 공감입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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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_

저도 재택이라 집에 종종 있는데, 에어컨의 뜨거운 바람이 나가는 곳에 나무가 한 그루 있어요. ㅠ 그 나무가 뜨거운 바람을 쐬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내가 왜 사나 싶은 생각도 든답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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